1. 메리 크리스마스. 다시 한번의 성탄이 지나간다. 12월 22일을 전후로 다시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12월 25일은 더욱 복된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괜히 축구선수들의 세레모니를 흉내내며 우권사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쳐보았다. 사실 지난 11일 첫기일에 우리가족은 각자 엄마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놓기는 했다. 그래도, 그러고 싶었다.
2. 내 책상 PSb 알파 스피커 오른쪽 조 위에는 귀여운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놓여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그 위에는 카드도 있다. 하트무늬가 여러개 모인 카드의 내용은 더욱 값지다. 이제 일주일후면 올해가 끝나고 나는 시험을 본다. 이 시험은 길기도 하다, 어린시절부터 직업을 얻고 '자격증' 하나를 손에 넣으려 정말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 자격증을 손에 넣을지 넣지 못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른 세살의 나는 이제 세상에 나가게 된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3. 요즘 Misfits라는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간을 돌린다면 그건 언제가 되어야 할까.우선 나는
지난해 2차시험직후로 바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바로 엄마와 아빠를 모시고 제주도나 외국에 나갔다와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만들고 바로 병원으로 모시고 가야지. 하지만 그래도 늦잖아. 그건 온전히 나만을 위한 생각이었다. 2차시험을 다시 보기 싫었던 거다. 그래서 바로 생각을 바꿨다.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 2008년으로 돌아가 사법시험에 합격하는거다. 그리고 바로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가면 그때, 엄마의 폐암은 기껏해야 1기아니었을까.
4. 아냐,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그냥 1998년 겨울로 되돌아가야겠다. 순천향대 의과대학에 입학했어야 했어. 응. 그러면 엄마가 고생을 덜했을거고, 난 인턴이 되자마자 엄마를 병원에 보냈겠지. 그러면 암도 걸리지 않았거나 초기에 발견했을거야. 이런 공상을 하던 중, 이게 다 무슨 의미야.
5. 인생이 아름답다면, 바로 그 인생에 끝이 있고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끝이 없고 영원히 계속되는 모든 것은 아쉽지도 그립지도 않다. 종말이 있어 삶은 더 아름답고 값지다. 2010년 吳가 내게 준 시계와 손수 짠 목도리가 영원히 남아있게 된다면, 나와 그가 영원히 살게 된다면 그리 큰 의미가 없는 일이다. 다시 오지 않는 그 순간과 기껏해야 6.70년 안에 모두 사라질 우리의 존재가 전제되어야만 순간이 더욱 아름답고 가치있다. 엄마는 그래서 내 마음에 남아있고 난 이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해진다.
6. 곧 시험이 끝나면 뭘할까, 난 그냥 방에서 드라마나 보다 여행을 갔으면 싶다. 독서실같은 곳에는 얼쩡도 하지 않을것이고 두터운 법서들도 한동안은 보지 않을 예정이다. 준비, 준비, 준비, 지긋지긋하고 지겹다. 차라리 나가서 일을 해야겠다. 책상에 앉아서, 골방에 박혀 세상을 논하는 일은 더이상 싫다. 소설이나 책을 보는 것과 고시공부를 하는 일은 너무나 다르다. 난 다시는 그런 짓을 하고싶지 않다.
7. 펴보지 않은 책들이 많고 점점 두려워진다. 하지만 겁먹지 않으려고. 크리스마스니까, 메리 크리스마스니까.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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